처마 위에 나란히 앉아 있는 두 마리의 새.
연인처럼 보입니다.
한참을 지켜봅니다.
서로 마주 보면서 한참을 재잘거리다가
한 연인이 고개를 옆으로 들어 삐진 것처럼 보였습니다.
그리고 순간적으로 옆의 연인을 바라보다가
앞으로 바라보는 또 다른 연인의 모습이
너무 사랑스러웠습니다.
새들도 저렇게 사랑하면서
싸우고, 삐지고, 재잘거리고, 같이 옆에 있다는 것에
나도 모르게 잔잔한 미소를 머금게 됩니다.
연인들은 자주 싸웁니다.
한평생 자신만의 스타일로 살아오다가
만난 연인들.
딱 성격이 맞아도 싸우고
성격이 정 반대여도 싸우고
한쪽만 배려하고 이해해도
결국 폭발해서 싸우고
거짓말해서 싸우고
약속 지키지 않아서 싸우고
결국 화가 나서 싸우고
화해해서 다 리셋되었다고 생각해도
그냥 풀어진 척 한 배려일 뿐입니다.
연인들이 싸운 시간만큼
마음의 상처도 아무는 시간은 더 오래가고,
어쩌면 나중에 그냥 포기하는 마음으로
살아갈지도 모릅니다.
싸우는 건 어쩔 수 없지만,
바라는 마음을 헤아려주는 관심도는
중요한 사랑의 한 부분 일 겁니다.
삐져도 사랑스러운 사람.
그런 사랑스러운 사람이라면,
평생 매일 잘해주고 싶은 사람입니다.
사랑은 화가 나면 풀어진 척 하지만
MOLESKINE Diary│사랑은 삐져도 사랑스럽다
'사진 에세이│당신' 카테고리의 다른 글
당신 생각합니다 (0) | 2024.04.29 |
---|---|
병들고 낡고 힘든 숨을 내뱉는다 해도 (0) | 2024.04.28 |
고스란히 날개를 품은 작은 새 (0) | 2024.04.26 |
할머니와 소녀 (2) | 2024.04.25 |
아무 생각 없이 (2) | 2024.04.24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