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녁놀을 바라보면서
풍경을 내 눈으로 스케치하면서
자연과 동기화되어 갈 때쯤
눈앞에 나타난 할머니와 한 아이
이런저런 이야기들을 나누는 모습이
내 귀에 들려오고
할머니와 손녀의 모습임을 알게 되었습니다.
그 아이의 삶을 알지는 모르지만,
나처럼,
아름다운 저녁놀을 보러 바닷가로 왔습니다.
나와 같은 생각에 나와 같은 마음으로
같은 시간에
같은 풍경을 보면서
나는 생각합니다.
이쁜 이 아이를 케어하는 가족들의 고마움과 힘듦을,
감정과 감정의 교차점들을
매 시간마다 같이 공유하고 또 배려와 인내를 해야 하는
시간들 속엔
오롯이 이 아이를 위한 사랑 하나뿐이라는 것을
그냥 느끼게 됩니다.
누구나 다 똑같지만, 또 똑같지는 않은 우리 세상
장애를 가졌다는 것은
남들과 다른 존재가 아니라,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는
평범한 우리들 일 뿐입니다.
더하지도 말고, 빼지도 않는, 눈에 보이는 것이 다가 아닌,
다 같이 살아가는 사람들이니까요.
할머니께서
제게 다가와 말을 겁니다.
손녀랑 같이 사진을 찍어 줄 수 있냐고,
그래서 바로 찍어 드렸습니다.
할머니의 휴대전화로, 그리고 내 카메라로.
그리고 저 역시 할머니와 손녀에게
초상권 중 얼굴이 안 나오게 같이 있는 모습을
나중에 저 멀리서 방해 안 드리고
촬영해도 될까요? 조심스럽게 말씀드리니,
웃으시면서 허락해 주셨습니다.
할머니와 소녀랑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고
헤어진 후, 집으로 가기 전에
계속 바다의 아름다운 저녁 풍경을 보는 모습을
촬영한 사진이
지금 보고 계신 사진 한 장입니다.
우편을 받을 수 있는 주소를
몰스킨 다이어리 종이 한 장에 적고
몇 장 인화해서 우편으로 보내드렸습니다.
한 장은 엽서로 만들어서 같이 보내드렸습니다.
그리고 촬영된 원본은 하드디스크에서 삭제했습니다.
낯선 사람이지만,
처음 본 사람들이지만,
참 다정한 사람들.
사진 한 장 밖의 또 다른 스토리는
많은 생각들을 가득 안겨준 좋은 시간이었습니다.
할머니와 소녀,
당신이 있어서 고마워요.
제주도에서 8년 전에... 사진 한 장을 꺼내면서...
할머니와 소녀
MOLESKINE Diary│누구나 다 똑같지만, 또 똑같지는 않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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