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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에세이│당신

#105 바람이 분다. 오늘도 이젠 습관처럼 되버린 당신으로부터의 멍때리는 하루를

바람이 분다.
오랜 세월동안 감정의 무뎌진 일상에서
당신과의 첫 만남이 잊혀지지 않는 그리움으로 남게된
그렇게 또 하루가 지나가고 또 시작되는

 

 

바라보다.
저 세월의 가치를 고스란히 담은 낡고 무뎌지고 버려진 기왓장을
그래도 버틴다는건 풍화속의 이끼처럼,
누군가를 기다리는 한결같은 마음이기에

그렇듯, 나에게도
바람이 분다. 오늘도 이젠 습관처럼 되버린 당신으로부터의 멍때리는 하루를

당신이 좋아하는 모든 것들을
나도 모르게 내 일상속에서 모두 그대로 따라하게 되버린

습관처럼, 언젠가 볼 수 있다는, 아니. 우연히 우리가 마주쳐도
서로 미소 지으며 이름을 불러주길 바란다는것도
그렇게 하지 않는다고 생각하면 너무 슬픈날일지도
그렇게, 당신에게 다가갈 수 있다면
내가 당신의 향기를 가득 담고
당신에게 바람되어 갈텐데...

바람이 분다.
당신의 향긋한 향기들이 머물던 베란다의 바람처럼
사소한 하루의 당신을 위한 기다림은
매일 매일 써내려가는 나의 낡은 일기장의 주인공이처럼...

사랑하니깐.
몇 년이 지나도 그대로인 사랑이니깐.

그건 지난 우리 단편기억들이 그리워진 그저 평범한 오늘같은 바람이 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