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사진 에세이│당신

나무와 의자의 스토리

사진을 찍기 전에 여쭈어봅니다.
저 의자와 나무는 어떤 이야기를 가지고 있는지를,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추운 겨울과 늦가을이 아직도 남아 있는
이 작은 산속의 공간 안에서...

그냥 나무 앞에 의자를 놓고 잊고 있었더니
저렇게 계속 자라면서 의자가 끼었다고,
그래서 지금처럼 의자가 되었다고...

어르신의 이야기를 듣고
한컷을 담으면서 혼자 상상을 해봅니다.


 

 



의자를 품에 안은 나무

오기로 약속한 당신
시간이 흘러 오지 않는 당신을 기다리는 나

포기하지 않고 당신을 기다리는 나와 나를 감싼 긴 세월들
어느새 비어 있는 저 의자와
연락조차 없는 당신

나를 사랑한다고
어떤 일이 있어도 기다려 달라던 당신의 약속들을
끝까지 믿고 기다리는 나

그렇게 수많은 시간이 지나
의자를 품에 안은 나무는 조금씩 자라나고

여전히 그곳 그 자리에서
연락되지 않은 당신을
언제 올지도 모르는 당신을 기다리고

어느 날
내 앞에, 내가 앉은 녹슬고 지친 의자 앞에 나타난다

난 이유를 묻지 않고
그저 조용하게 말없이 당신을 그대로 안아주는 나

과거가 중요한 게 아니라
지금의 당신이 더 중요하기에
사랑에 대한 약속을 지킨 그 마음이
오버랩되어 나 역시 의자를 품에 안은 나무가 되다

눈물이 난다
내 품 안에 안은 당신의 모든 것들에
당신을 사랑하는 것만으로도
나는 그냥 용서하게 된다




나무와 의자의 스토리
THE BRUNCH STORY│나무 앞에 의자를 놓고... 또 다른 상상을.

사진을 위한 음악을 들으면서...│조관우-상실